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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21

영원한 갈증 - 08. 상자 속의 질문 영원한 갈증 08. 상자 속의 질문 적막한 지방의 산을 감고 올라가는 뿌연 도로위로 밤안개가 흐물거리며 흘러 내려왔다. 안 그래도 한산한 고개는 이렇게까지 안개가 짙은 밤이면 지나가는 차 한 대도 만나기 힘든 곳이다. 조용한 산 중턱에 급하게 돌아가는 코너에 서있는 낡은 반사경을 통해 검은 모래바람으로 흘러나온 에일델드리브는 경사진 도로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는 도로 옆의 갓길위에 깔린 회색 자갈 위를 소리 없이 걸었다. 점점 짙어 지는 안개를 해치고 걸어가는 동안 시무룩한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오르막이던 도로가 점차 내리막으로 들어서는 구간, 잠시 차를 세워 쉬어 갈수 있게 준비 해놓은 협소한 전망대겸 간이 휴게소가 있었다. 지나가는, 들러 가..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7. 우리가 서로에게 닿은 순간, 영원한 갈증 07. 우리가 서로에게 닿은 순간, 팀장에게 호기 있게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호준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말리던 태호도 그녀의 고집에, 결국 포기하고 그녀의 추격을 도왔다. 그렇게 열심히 쫒아도 성과를 보이지 못하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두 사람이 며칠 전 관할구역에서 일어난 폭행치사사건과 관련한 탐문을 위해, 끈질기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나선 길,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탐문을 할 연립주택이 들어선 좁은 골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였다. 목적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해영에게 우산을 받치고 따라 걷던 태호가 해영의 어깨를 잡아 세우더니 골목 끝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장형사. 잠깐, 저거 이호준 아냐?” “뭐?” 억수같이..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6.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영원한 갈증 06.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팀장님, Y동에서 이호준으로 보이는 인물을 어제 낮에 봤다는 제보 받았답니다.” “어떤 개새가 뿌린 헛소리 아냐? 또라이들 제보 때문에 한 헛짓거리가 몇 번째야?!” “일단 민 형사님이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그럼 일단 공 형사팀은 여기서 대기하고 민 형사 연락 오는 대로...” /따르릉- 따르릉-/ /삐비빅- 여기는 민재형, 풀밭 있습니다. 지원바랍니다./ 팀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방에서 전화와 무전이 울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잔뜩 산만하진 경찰서가 무전기와 전화기를 붙들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팀장님.” 전화를 받던 김 순경이 쩔쩔매면서 전화를 든 채로 엉거주춤 팀장을 바라봤다. “뭐야?” “저...사건.....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5. 운명의 굴레 영원한 갈증 05. 운명의 굴레 해영은 아침부터 형사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주머니의 전화를 꺼내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린 해영은 호준의 사진파일을 열었다. 3건 이상의 연쇄살인사건과 자신의 양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 이호준. 세간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뿔이라도 달린 끔찍한 악마로 생각되었지만 해영에게 호준은 다정하고 친절했던 친구일 뿐이었다. 아무리 형사로서의 스스로를 다잡아도 호준을 향한 측은지심에 마음이 저렸다. 꿈속에 나타났던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다. -그래서 그는 괴물이 되었다네....- 해영은 입술을 악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호준은 괴물 같은 게 아니다. 그도 피해자였단 말야!- 그녀는 대답 없는 허공에..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4. 새, 적(赤), 거짓말. 영원한 갈증 04. 새, 적(赤), 거짓말. 잡혀왔던 이호준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후, 발칵 뒤집어 졌던 XX서 강력계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라진 용의자 이호준이 자신의 의붓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 한 것이다. 매스컴에서 이 엽기적이고 끔찍한 존속살해에 대해 대서특필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되었고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며 이호준의 가족사에 숨겨져 있던 가정 내 학대에 대한 이야기 불거져 나왔다. 이호준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근본적 책임에 대해 피해자인 그의 양부모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언급되게 되자, 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OO교회의 교인과 임원들은 소규모 황색언론을 통해서 이것은 단순한 살인상해사건이 아니라 개인의 불확실한 루머를 이용해 한국 개신교를 박해하는 것..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3. 생일 영원한 갈증 03. 생일 다소 천장이 낮은 열 평 남짓 하는 이 작은 원룸에는 한쪽 벽을 가득 막은 유치한 레이스 커튼과 소박한 책상, 작고 낡은 카펫과 주름하나 없는 깔끔한 하얀 시트가 깔린 싱글 침대, 그 옆에 놓인 작은 엔드 테이블, 또 그 위의 낡은 스탠드 외에는 눈에 띄는 인테리어제품이나 생필품이 없었다. 단지 방에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전신 거울이 책상 옆에 떡하니 기대어서 있을 뿐이었다. 그 방의 먼지 한 톨 움직이지 않던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전신 거울이 작은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다닥거리는 소음을 내며 몸을 떨던 거울의 방안 풍경을 반사하고 있던 깔끔하고 넓은 반사 표면이 조명이 꺼지듯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거울의 어두워진 표면의 안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서늘.. 201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