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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21

영원한 갈증 - 14.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영원한 갈증 14.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호준의 스튜디오, 호준이 사라진 뒤로 버려지듯 잊힌 이곳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스튜디오의 각종 집기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가 이곳을 떠난 그때부터 시간이 멈춘 것처럼 먼지조차 미동 않던 스튜디오의 한쪽 벽에 세워져 있는 긴 전신거울이, 갑자기 다닥거리는 경망스러운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용케 벽에 기대어 있던 거울은, 어두워진 표면으로부터 먼지 쌓인 바닥으로 시커먼 모래를 잔뜩 토해내자마자, 결국 요란스러운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 /와장창- ​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바닥을 향해 엎어진 거울의 번뜩거리는 파편들과 뒤섞여 있던 모래더미는 스튜디오의 바닥 위를 스멀스멀 기어가더니 희뿌연 먼지가 가득한 빈 테이블 근..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3. 지금, 당장, 나를,​ 영원한 갈증 13. 지금, 당장, 나를,​ ​ “이 새끼가, 진짜.” 입에는 짧게 타들어간 담배를 물고 뒷머리에는 엉망으로 까치집이 생긴 해영은, 손에 든 종이파일을 들어서 자신의 책상 맞은편 철재의자에 수갑을 차고 삐딱하게 앉아 있는 남자의 옆머리를 세 번 정도 연달아 후려쳤다. 다리를 넓게 벌린 자세로 거들먹거리고 있던 남자는 해영의 날이 선 눈빛과 파일공격에 자세를 고쳐 앉고 입을 삐죽거렸다. 해영은 꽁초를 문질러 끄고 그에게 말했다. “야, 이 뭣 같은 새끼야. 니가 저 여자 집 창문 깨는 거 봤다는 사람도 나왔어. 그리고 너 도망가면서 버렸던 가방, 그 안에 들었던 청테이프, 빠루. 그게 니꺼 아니면 누구 거야? 망보다 튄 놈이랑 꼭 대질심문 해야 순순히 불 꺼야?”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수갑을..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2. 많은 물​ 영원한 갈증 12. 많은 물​ 텅 빈 해영의 맨션. 아무도 없는 어둠에 잠긴 거실로 초인종소리가 들려 왔다. 10초. 20초. 묵묵한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현관문에 달려 있는 전자 잠금장치의 키패드가 켜지는 소리가 들리고 삑삑- 숫자를 입력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현관문이 열리고 열린 문틈 사이로 빼꼼, 해영이 고개를 내밀었다. 자기가 사는 집인데, 다른 사람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사람처럼 어두운 거실 안을 기웃거리며 현관에 들어선 해영은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적잖은 소음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가 스스로의 모습이 멋쩍어 픽픽 웃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올라섰다. 들어오자마자 웃옷을 벗어 던지던 오래된 버릇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해영은 거실중간에 멈추어 서서 에일델드리브가 자주 앉아 ..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1. 작용, 반작용 영원한 갈증 11. 작용, 반작용 호준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정확히는 손목과 무릎, 발목을 결박된 채로 겁에 질려 턱을 덜덜 떨고 있는 해영을 바라보았다. 중간정도의 컬이 들어간 베이비펌 머리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런 대로 나쁘지 않았다. 말려 올라간 컬 때문에 반쯤 드러난 이마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고 있는 해영을, 그는 연민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던 그녀가 달달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사.살려 주세요.” 고민 끝에 뱉어낸 말 같은데, 이런 감동적인 해후에 기껏 한다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이라니.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말이 그거야?” 그는 눈썹을 기울이고 바닥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시멘트 바닥의 뽀얀 분진을 일으..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10. 추격 영원한 갈증 10. 추격 잠에서 깨어난 해영은 부스스 눈을 떴다. 흐릿한 시선으로 맞은편을 보니 사람이 누웠던 자국만 슬쩍 남았을 뿐, 에일델드리브는 어딘가로 가고 없었다. 그녀는 괜히 품이 썰렁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그를 찾아서, “야, 어딨어?-” 목소리를 높여 그를 불러봤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잠이 묻은 눈을 꿈뻑거리는 해영에게 비어있는 쿠션 위에 놓인 작은 쪽지가 보였다. 쪽지 곁에는 에일델드리브가 휴지로 접어놓았을 것이 분명한 조그만 백합꽃이 놓여있었다. 해영은 휴지로 만든 꽃을 주워들고 피식 웃었다. 지루한 서적의 문장 같은 딱딱한 말투로 냉소적인 말이나 툭툭 던지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그는 가끔 이렇게 촌스러울 정도의 낭만적인 말이나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를 조금 더 알게 된 .. 2015. 12. 13.
영원한 갈증 - 09. 달콤한 질병 영원한 갈증 09. 달콤한 질병 길게 날숨을 뱉은 해영은 쾌감의 잔상을 다스리며 숨을 고르며 그의 가슴위에 그대로 엎드려 누웠다. 그녀는 둥둥거리는 심장과 달아오른 숯 같은 몸의 열기를 다스려보려 미지근한 에일델드리브의 맨 가슴에 볼을 바싹 대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서늘한 가슴 기대서 숨을 고르는 동안, 혹여 그의 뼈와 살 너머로 잠시나마 심장소리가 들리려나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심장소리를 찾아보려고 해영이 열심히 그의 가슴에 파고들자 에일델드리브는 그녀가 어리광이라도 부린다 생각했는지 해영의 땀에 젖은 서늘한 등과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이윽고 의미 없는 수색활동을 포기한 해영은 이리저리 쓸려 부스스한 머리로.. 201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