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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aid/Mumble 20'-

20201020

by 하달리 2020. 10. 20.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 마실 다녀왔다. 긴 시간동안 들리지 않았던 한가람문고를 잠깐 들러서 구경하고, 온김에 드로윙용 스케치북을 하나 살까, 하고 기웃거리다가, 미술 도구들의 엄청난 가격에 새삼 놀라고.

어찌되었건, 미술, 아니 예술이란 엄청난 돈이 드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하기는 투자없이는 재능의 결실을 얻는것은 쉬운것이 아니겠지, 생각했다.

미술이든 예술이든 체술이든, 아니 많은 기간이 들어가는 기능 연단에는 당연하게도 긴 무응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장기간을 견딜수 있는 금전적 뒷바침이나 잠깐 사이에 결과물을 낼수 없음을 견뎌낼 신뢰와 인내가 없다면, 그야말로 작은 투자로 작은 결실을 얻으며 야금야금 살아 가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일테다. 나의 지금 모습 처럼.

뭐 스케치북 사려다 말고 이딴 시린 생각을 하면서 자학을 하고 있나 싶어서 서둘러 매장을 나와서 비앤씨마켓이라는 곳에 들렀다. 베이킹도구나 재료들을 꽤 이것저것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왜 갑자기 베이킹인가 하면, 사실- 뭔가를 만든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발전하긴 한것 같은데, 역시 취향이 취향이고 배운게 도적질이라 뭔가 손으로 꼬물락거리는 걸 하지 않으니, 영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해서. 올해부터 제과제빵학원을 다녔는데, 주말 자격증반 밖에 들을수 없어서 자격증 획득 위주로 공부를 하다가, 어찌저찌 시험보자 해서 필기를 패스하고 내친김에 실기 시험을 보다가 실력미숙으로 몇번 미끄러지면서, 아니 전문 기능사가 될것도 아니고 취업비자가 필요한것도 아닌데 내가 왜 자격증시험에 목매고 이러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별다른 제과용 도구가 구비된게 없으니, 동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 2주 마다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당연하게도 어깨에 파티시에의 요정이 내려앉지 않은 이상, 쉽게 패스할수 있을리가 없다.

실기는 필기와는 또 다르게 아무리 시험을 자주 본다고 해도 합격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적지않은 돈과 하루를 바쳐 서울을 오가며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제법 빨리 깨달은 것이지. (물론 요행으로 운좋게 바로 패스 했다면 이런 고뇌따위는 안했으리라. 하지만 여러명의 시험관의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는 실기는 절대 운이나 느낌적느낌으로 패스 할수 있는게 아니더라...)

아무튼, 원하는 것은 제과나 제빵 기술이므로 많이 만들고먹고 나서서 정말 불가결 자격증이 필요하면 그때 준비해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턱걸이로 패스한 필기가 아깝다, 라는 미련스러운 마음을 비집고 겨우 들었다.

 

결론은, 학원을 더 다니지 말고 오븐이나 사야 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운이 따라줘서 이번에 패스 하면 미니어쳐 다음과정을 해야지, 생각했는데. 아쉽게 됐다.)

 

뭔 이야기 하다가 이렇게 구구절절이야기가 나왔냐. 아무튼.

 

일단 돈 모아둔걸로 오븐부터 기타 도구들까지 야금야금 준비하고, 주말마다 고열량의 간식들을 만들어 주변사람을 살찌워 봐야 겠다. 부지런하고 정신이 멀쩡하면, 과정도 좀 기록해서 여기도 남겨두고 말이다.

 

이런 글 쓰는 와중에도 미니어쳐 만들고 싶다... 하지만 돈이 너무 한꺼번에 많이 드니까, 다음으로 연기. 참자. 누구 말마따나, 죽기전까지는 인생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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