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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다릅니까?


Section: 2. 손바닥을 바라보다




  ‘시온 에이브레햄’은 작업실 한 중간에 세워둔 안드로이드 기체의 요추와 경추의 외부입력단자에 전원 라인과 데이터케이블을 단단히 연결하고 책상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얀 화면위로 그가 입력하는 명령어들이 작성되고 몇몇의 과정을 거친 후, 드디어 운영체제의 설치가 시작되었다. 

  ‘네오호모사피엔스 주식회사’ 인공생명체개발부의 시스템 마스터로서 이번에 새로 완성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셀프아이덴티티’의 설치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시온은 그제야 화면에서 고개를 들고 뚜둑 소리가 나게 목 근육을 이완시켰다. 의자 손잡이에 양손을 탁 짚으며 크게 숨을 내쉰 그는 자리에서 읽어나 주방으로 가서 미지근한 물 한잔을 따랐다. 컵을 든 채로 거실까지 걸어온 그는 한중간에 놓인 소파 베드로 걸어와 편하게 걸터앉았다. 시온은 뻣뻣한 팔다리를 쭉 펴고 만족스러운 숨을 길게 내쥐었다. 그는 컵의 물을 마시며, 열린 방문 너머 작업실 한 중간에 서 있는 시험기체인 안드로이드 ‘IanS industrial Machine-FT0’을 바라보았다.


  천재 엔지니어 키샤 리버스의 혁기적인 안드로이드 CPU ‘메멘토’, 그리고 그것이 탑재된 새로운 안드로이드 모델 ‘IanS industrial Machine-FT0’. 물론 아직은 구동은 불완전한 상태이지만, 지금까지 제작되던 안드로이드 기체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제품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보안 상태를 유지하며, 되려 외부간섭에 대한 역공을 능동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외부침입을 무력화하는 산업용 안드로이드, 완벽한 방패이자 창을 만들어내겠다는 키샤의 연구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그녀를 전폭 지지하던 회사에서도 연구가 진행되는 내내 불안해했지만 그 불안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이 놀라운 기체와 방대한 데이터의 순간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획기적인 안드로이드 전용 CPU ‘메멘토’를 완성했다. 세기를 놀라게 할 인공생명체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까지 바로 한걸음 남아 있었다. 

  그 발걸음을 빠르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은 바로 시온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셀프아이덴티티’였다. 자아를 인정하는 인공인격을 탑재한 인공지능 OS. 물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을 인정하는 개념일 뿐이지만, 이 인공지능의 자아인정의 개념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인간은 신, 혹은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들의 존재 증명에 대한 욕망과 위대한 절대적 힘에 대한 존경, 혹 그렇지 않더라도 주어진 인격에 대해 인식하며 사고하는 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전제를 완벽에 가깝게 충족시키는 상태로 완성된 ‘셀프 아이덴티티’가 장착되었으니 이 인공생명체 역시 그런 인간의 습성을 따라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할 것이다. 물론 이 운영체제도 키샤의 기체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불완전한 상태지만, 그는 이 운영체제와 기체의 조합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다.


  과연 이 조합이 키샤와 시온 두 사람의 기대대로 인간에 가까운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공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낙관적인 기대에 가득한 눈으로 아직도 설치가 진행되고 있는 기체를 바라보았다. 방대한 데이터만큼이나 설치 시간도 꽤 걸릴 터였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던 시온은 괜한 초조함을 털어내고 여유 있기 기다리기로 했다. 설치가 모두 종료되면 기체에 장치된 육성기관이 그 기체의 시리얼넘버를 말함과 동시에 ‘이것’은 가동되기 시작할 것이다.

   시온은 컵의 물을 완전히 비우고 커피테이블위에 내려놓은 뒤, 소파 베드의 널찍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기체를 만든 키샤가 준 장편소설 두께쯤은 되어 보이는 시험기체에 대한 두툼한 매뉴얼 북을 뒤적였다. 간혹 작업실 쪽을 힐끔 거렸지만 설치는 여전히 더딘 상태였고 그는 짧지 않은 기다림이 슬슬 지루해졌다. 시온은 매뉴얼의 빼곡한 활자를 집중해서 읽어보려고 애쓰다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목을 뒤로 누이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졸았는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시온은 퍼뜩 잠에서 깼다. 잠에 덜 깨어 흐리멍덩한 눈에 거실중간에 멀뚱히 선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여서 그는 잠깐 놀랐다가 그것이 제대로 가동하기 시작한 ‘IanS industrial Machine-FT0’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영체제 설치는 성공적이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얼굴 위에 만들어져 있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며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시스템 마스터로서 그의 OS를 설치한 안드로이드에게 최초의 명령을 내렸다.


  “이리와. 오고 싶으면.”


  시온의 목소리에 안드로이드는 뒤로 한걸음 움찔거리더니 조심스럽게 그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의자 옆 팔걸이 끝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앉았다. 그것의 등과 목 뒤에 연결된 전원과 데이터 케이블이 탯줄처럼 그 등 뒤를 따라 왔다. 그는 안드로이드 매뉴얼을 컵 옆에 내려놓고 위태로이 앉아 있는 안드로이드의 허리를 잡아서 가까이 당겨 앉히고 나서 등과 목의 케이블을 제거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안드로이드는 새 학교에 전학 온 아이처럼 긴장과 설렘을 함께 담은 눈을 깜빡이며 시온의 등감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드로이드의 신경 체계에 포함된 자동 온도 기능이 서늘한 거실온도에 맞추어 조금 상승해서 일까 볼이 발그레하고 손과 피부는 따뜻했다. 케이블을 바닥에 내려놓은 시온이 몸을 들고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 기체를 바라보았다. ‘뭐부터 물어봐야 하지?’ 운영제체를 연구하는 동안은, 전뇌와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등를 내장처럼 드러내고 있는 테스트 하드웨어 외에는 OS를 설치해 본 적이 없던 시온은 두 사람의 연구 최후의 결과물이자 최초의 완전한 기체를 갖춘 인공생명체에게 처음으로 무엇을 질문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널 뭐라고 부를까?”


  시온의 질문에, 급하게 건조한 표정이 된 안드로이드가 자신의 시리얼 번호와 모델명을 책 읽듯이 읊어 내고 다시 예의 쑥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니, 모델명 말고. 이름, 뭐라고 부를까?”


  안드로이드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코끝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이름은 ‘이안스 인듀’... 어릴 때는 엄마가 ‘이안’이라고 불렀는데.”


  관절과 근육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자연스러운 목소리의 톤에 시온은 감탄했다. 이 인공생명체는 자신의 기체의 메모리 내에 저장되어 있는 ‘가공 정보’에서 연산된 기억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가족’으로부터 불렸다고 기억되는 이름을 떠올리고 있었다.


  키샤와 시온은 이 테스트 기체가 가질 기본정보 데이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꽤 공을 들여 긴 회의를 했다. 아무런 기초 데이터 없이 인공생명체의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인 성향이었다. 물론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인공생명체의 학습 속도는 전반적으로 더딘 편이었지만 기초적인 작업을 한정된 범위에 한해 수행하는 인공생명체의 경우, 더딘 학습속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한된 작업에만 쓰여야 하는 인공생명체의 구동에 지나치게 많은 부수적인 정보는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는 달랐다. 평범한 성인인간 정도의 더 많은, 더 복잡한 정보를 테스트 기간 내에 빠르게 처리해서 최대한 시험기간을 줄여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의 과정을 대신하기 위한 축적된 기억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인간처럼 성장기간 만큼의 긴 과정을 거치기엔 인격형성이나 인정까지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되어야 했고 그러기에 테스트 기간은 충분치 못했다. 예정된 기간 안에 키샤의 기체와 중앙처리장치, 시온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제대로 구동하여 이 인공인격이 자아를 인정하는 상태까지 도달하는지, 그 도달점에 불합리나 위험요소는 없는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자아인정과 효율적인 구동을 확인할 수 있어야 키샤와 시온의 연구가 최종장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가공된 경험기억이나 학습정보가 완전히 안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그 정보로 인해 일어날 다양한 변수들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성인이 가질법한 지식과 복잡한 개념이나 물리적인 경험등 가공으로 구축한 가공 기억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안드로이드에게 주어진 테스트 기체에 따른 ‘여성’이라는 성별 외에, 구체적인 생년월일이나, 모델명에서 따온 ‘이안스 인듀’라는 이름, ‘부모님과 고등학생까지 함께 지냈다’는 가족사항, ‘몸이 약하다’거나, ‘어릴 때부터 키우던 개가 죽었다’, ‘식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등의 기억을 입력한 것은 키샤가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임의로 추가한 장난에 가까운 설정이었다. [일반적인 정보 말고, 사적인 경험기억이나 정보가 추가된 편이 더 재밌을 거 같아서.] 너무 변칙적이라며 그런 추가 설정에 대해 반대한 시온의 의견을 묵살하고 키샤가 데이터를 추가하면서 짧게 덧붙인 설명이었다.

  과연 키샤가 추가한, 중구난방에 빈틈투성이인 인위적인 데이터를 인공생명체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자연스럽게 인스톨할 것인가, 아니면 급조한 조악한 정보인 만큼, 모델명이나 시리얼 넘버처럼 일면의 사소한 기초 정보로만 인식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은 당연히 후자였다. 그래봐야 몇 문장으로 추려질 의미 없는 정보 때문에 대단한 변수가 읽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인공생명체는 키샤가 넣어준 그 기억을 자신의 실제적인 과거라고 인지했다. 거기다 그 기억 데이터를 근거로 대화할 땐 자신이 진짜 사람인 듯 말하고 있었다.  물론 이후의 새로운 경험이 그의 전뇌에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남겨 자신의 온전한 추가 기억으로 저장할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시온은 이 인공생명체의 인지상태에 대해 당황했지만 설치된 감정정보를 반영하여 표현되는 풍부한 표정과 행동, 원활한 대인관계의 개념정보에 따라 뒤바뀌는 리액션등, 기체와 운영체제의 조합은 실로 놀라웠다. ‘좀더, 조금 더 지켜보자. 지금은 왜곡된 정보를 수정, 교육할 필요는 없다.’ 그는 결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은 키샤에게 당장 전화해서 예상보다 놀라운 조합을 보이고 있는 이 안드로이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의 창조물에 대해 알고 싶었다. 자신의 팔에 안기듯 기대 있는 20세의 표준 신체 구조에 맞추어진 -안드로이드의 말에 따르면 어릴 때 ‘이안’이라 불렸던- ‘이안스 인듀’는 여전히 산만한 눈길로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볼은 아직도 발그레 했다. 시온이 물었다.


  “피부가 붉다. 추워? 실내온도가 낮나?”

  “현재 실내 온도 19도, 강수확률 75%, 내 피부가 느끼기엔 조금 추워.” 


  온도를 말하던 안드로이드는 부드러운 눈으로 시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너는 35.8도. 기분 좋은 온도야.”  

  “뭐? 하하하하하하-”  


  온도를 말하며 감정을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이 놀라웠다. 이 테스트의 성공적인 시작이 기뻐서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녀는 시온이 왜 웃는지 몰라서 입술을 내밀며 눈썹을 모았다. 그녀의 다양한 표정에 시온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이 섞인 숨소리 크게 냈다. ‘저 표정을 봐, 놀라워. 정말, 정말 사람 같아.’ 시온은 기분이 좋아져서 이안스를 안고 있는 팔을 다 잡았다. 무엇부터 해볼까? 연산을 시켜볼까? 아냐. 그건 너무 하찮아. 음악을 들려줘 볼까? 그가 고민하고 있는 동안 거실의 한쪽 벽에 걸린 큰 액자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 있던 이안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너는 뭐라고 부를까?”

  “뭐든지.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이안스는 그의 어깨를 손으로 다독거리며 말했다.


  “너는 내가 뭐라고 부르면 좋겠는데?”

  “.......”


  시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인공생명의 초기 성격 정의에 대해 단지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 정도의 특성을 넣었지만 이안스는 그 명령에 상응해 더욱 발달한 형태로 상대방의 호감이나 기호에 반응하고 싶어 했다. 시온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까만 동공을 감탄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눈에 가까운 기계 안구의 안쪽은 빛의 밀도에 예민하게 움직이며 조절되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면 그저 순진한 얼굴을 한 사람의 까만 눈동자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시온은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놀라워...”

  “뭐가?”

  “네가 나한테 그렇게 묻는 게.”

  “...? 뭐가 놀라워? 그냥, 난 네가 맘에 들어서 그래.”


  세상에, 그녀는 벌써 호감을 형성하고 표현한다! 그는 더욱 신이 나서 아인스의 허리를 당겨 안으며 말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시온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시스’ 라고 불러. '시스템 마스터' 라고 부르면 너무 기니까.”

  “...? 시스템?”

  “그냥 시스라고 부르면 돼. S.Y.S.”

  “시-스-. S-Y-S-”


  그녀의 새로운 감정코드를 다양한 신호가 빛의 속도로 오가고 있는 복잡하고 섬세한 전뇌 안에 저장 하고 있는 것인지, 이안스는 시온을 바라보며 입술을 천천히 움직여서 한 스펠링씩 발음했다. 그리고 바로 표정을 풀고 웃으며 끄덕끄덕 거렸다. 그녀가 조금 더 시온에게 기대자, 차가운 시온의 몸에 피부가 닿으며 그에 재빨리 방응하면서 적당한 신체 온도를 유지했다. 마치 고양이나 동물을 안은 것처럼 따뜻했다. 시온이 그를 좀 더 품에 안아 들자, 그의 하얗고 마른 팔다리가 자연스럽게 그의 딱딱한 어깨위에 둘러졌다. 생각에 빠졌던 시온이 목을 들고 말했다.


  “‘템페라투’.”

  “..?”

  “너를 그렇게 부를게. 템페라투. temperatu.”

  “템-페-라-투-, t-e-m-p-e-r-a-t-u-”


  또 다시 그녀가 시온을 바라보는 채로 단어를 천천히 발음했다. 그리고 나서 방글방글 웃었다. “맘에 들어.” 대답한 이안스는 서늘함을 느끼는 것처럼 몸을 떨며 움츠렸다. 온도에 대한 단순한 조건반사 프로그램일 뿐인데, 그녀가 ‘추워하는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시온은 그를 품속에 꼭 안았다. 그는 자신, 그리고 키샤의 창조물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떻게 해줄까? 뭐 하고 싶어?”


  뭐든지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약하고 작고 새하얀 새끼 고양이를 얻은 것처럼, 그 귀여운 울음소리에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을 것처럼 시온은 이안스를 보듬어 안았다. 목뒤로 돌려진 손으로 시온의 뒷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그녀가 몸을 숙여 그의 품에 기댔다.


  “그냥 안아줘. 너랑 닿아 있는 게 좋아.”


  그 이후로도 그녀를 깨우면 이안스는 어린아이처럼 그에게 바로 달려와 어깨와 목에 매달려 안겼다.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테스트 중인 기체인지라 물리적인 자극에 대해서는 제한된 정보 외에는 다른 정보를 넣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구조를 이해시키기 위한 건물의 구조 정보를 주었을 뿐, 시온의 집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없었다. 이안스의 메멘토에는 키샤와 시온이 만들어 놓은 그녀의 인간적인 과거기록과 경험인척 꾸며진 기억들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막 깨어난 후의 이안스의 세상은 이 집과 그의 건물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안스는 이런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불합리를 느끼기 보다는 자신의 메멘토 안에 있는 기억과 자신의 현실조건을 적당하게 조합해서 논리적으로 이해했다.

  자신은 몸이 약해서 집에만 있고 밖은 나갈 수 없는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시온을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를 자신의 안드로이드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자신을 위해 일해 주는 생활보조형 안드로이드. 이것은 키샤나 시온이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별다른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프로세서 안의 흥미롭고 무작위적인 조합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수정 없이 그녀가 그런 개념 속에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아이‘답게’ 빠르게 성장했다. 1개월 정도가 지나자 그녀의 무지함과 몰이해의 태도에서 나오는 실수는 줄고, 메모리를 채우려는 단순한 호기심은 지적인 욕구로 증폭되어져갔다. 2개월여가 다가오자 그녀는 물리적 지식과 네트워크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조합하고 재해석해서 자신 나름의 정의와 개념으로 만들어갔다. 물론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정보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으나 네오호모사피엔스 회사나 그녀의 기체 연구에 대한 정보는 블라인드 처리해 두었다.

  이안스에게 처음 주어졌던 단순한 성격과 단어에 대한 이해는 메멘토의 기억과 셀프 아이덴티티의 인위적 변수와 뒤섞이면서 사람의 성장하는 신경세포처럼 점점 더 섬세하고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와 모니터 자료는 시온와 키샤에게 인공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정보를 제공했다. 기체와 운영체제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변수는 늘 임의적인 것이었지만 이안스의 경우는 가장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을 보이면서 인간이라면 수재로 분류될 정도의 인공생명체로 성장해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과 한 명의 인공 인체는 만족스러운 지혜의 샘에서 마음껏 목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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