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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aid/Mumble

20160819

하달리 2016.08.19 20:41

1.

좀 더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몸도 마음도. 좀 더 가진 사람이었으면, 재능도 능력도. 그럼 좀 더 천천히 말라붙어 갔으려나. 좀 덜 겁 먹었으려나. 좀 더 깊은 시선을 주고받을수 있었으려나. 좀 더, 좀 더.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입 속으로 구시렁거리는, 좀 더. 고독에 대해 토로하는 내가 역겹다. 내 고독도 역겹다. 이 잘난 자기거부 근성은 잘 지워지지도 않네. 젠장.

진짜, 나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나에게 새삼 놀라는 중.



2. 꼼짝 않고 공허를 바라본다.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고 익숙해 지는 것도 거의 없다. 우주공간이든 사람들 사이이든 먼지처럼 이리저리 털리며 부유하는 마음은 여전히 무게도 중력도 없다.

오늘도 가느다란 선 위에 서 있다. 날카로운 감각이 발바닥을 파고 든다. 먼 곳을 응시하며 양팔 끝에 힘을 주어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이마에 번져가는 서늘한 땀. 웃는 입술 끝은 흔들리며 갈라진다. 

겁에 질린 다리가 줄 위에서 흔들릴수록 사람들의 환희가 폭발한다. 비명섞인 웃음소리가 발길을 재촉한다. 선 위에 올린 발을 천천히 밀어낸다. 다시금 고통이 타오르며 발바닥을 채운다. 고통과 추락의 무게를 저울질하며 오늘도 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4.

이러한, 그러한 정의하기 힘든 감정들이, 쓸데없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호함으로 점철되고 다양한 색들이 중첩되는 감정을 굳이 분리하고 정돈한들, 그 안에 든 생각이 명확해지거나 그것들을 냉정히 바라보게 되지도 않는다. 아니, 되려 그렇게 정돈할 수 있게 되면 이미 그것은 감정이 아닌 구체적인 개념이 되고 그 때쯤엔 심장박동이 완전히 느려져서 그 빛나는 환희는 의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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