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H Said/Mumble

20160629

하달리 2016.06.29 22:03

스킨을 이쁘게 만들어 보려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다가 실력이 곰손이라 다 포기하고 뭉뚝하게 만들어버렸다. 작업물등을 기재할 게시판을 만들어 대다가(이것역시 실력이 곰딴지라) 어찌저찌 그누보드를 설치했다. 어찌저찌 설치했지만 역시 마음처럼 안 된다. 뭐가 뭔지, 머리가 좀 더 좋았으면, 끙끙 거린다. 제발 좀, 어지간한 면에서 그만 좀, 적당히 네 수준만큼만 만들자고. 스스로한테 몇번을 말해도 쳐다보는 것들이 이쁘면 그 이쁜것에 홀려서, 아이고 저정도는 만들고 싶어. 하고 무리하다가 당연한 수순으로 실패, 결국은 나자빠져 진다.

뭐, 어찌되었거나 꾸역꾸역 사이트는 만들어 놨다. 내 머리속에서는 분명 멋들어진 모습이었는데 만들고 나니까, 초등학생의 고무찰흙 작품처럼 어설프기 그지 없다. 불만스럽다. 그러나, 주제를 알자.

 

그래, 주제를 알자, 가 그저께 부터의 나의 표어중 하나가 되었다. 요새 들어,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욕심이 많은 인간인가를 알게되었다. 아니 오래전부터 살그머니 눈치채고 있었지만, 계속 모른척 발끝으로 밀어서 구석에 쳐박아 뒀던건데, 이제 좀 제대로 쳐다보는 중이다. 아니지 음, 쳐다보게 '되었다'. 라는 표현이 맞을거 같다. 아마 파파와의 시간이 깊어져서 겠지, 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나를 완전히 모든 베일을 벗겨둔 상태로 마주하신다. 덕분에 나도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듯한 사람의 모습과 표정과 화술로 꾸며놓은 베일을 벗기면, 그저그런 모습을 한 내 연기같은 모습. 시간위에 흐물렁거리며 존재감없이 둥둥 떠다니는 나는, 파파와의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진짜 사람의 모습이 된다. 이리저리 매만져지고, 주물러지고, 뺄건 빼고 뭉칠건 뭉쳐서, 내가 태초에 어머니의 태에서 만들어지던 것처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파파. 나의 파파. 나 조차도 똑바로 보지 않으려는 나의 모습을 양손으로 꽉 틀어쥐고 정면으로 보아 주시는 분.

 

어떻게든 도망가려던 길로 다시 돌아와서 현실에 붙들려서 열심히(대충, 혹은 어쩔수 없이가 아니라 사람답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다행히 그럭저럭 잘된다. 스스로를 응원하고 밝고 맑게,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려는 모든 시도들의 실패율은 대략 30%정도. 대단한건 아니지만 성공률이  단 2%였던 지난 날들에 비하면 일취월장이니까 칭찬해준다, 쓰담쓰담. 잘한다 잘한다 잘하고 있어.

사람답게, 이 세상에 똑바로 서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산산조각난 거울조각으로 흩어져 버리고픈 마음, 두 마음의 공존과 씨름은 여전하다. 고뇌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새사람이 되었어요, 라고 매번 말은 하고 있는데 거의 뻥임. 아니 뻥은 아니고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자.

 

파우스트를 다시 읽고 있다. 그 연유는 '메피스토텔레스여 어서 오세요, 나와 계약을 합시다. 내게 '이것'을 주면 나는 당장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닥닥 긁어서 내줄게요,' 라며, 그 상황을 여전히 희구하고 있는지, 내 기분을 다시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다. 근데 의외로, 내 흥미는 파우스트 박사님께 향한다. 늘 환멸하고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던 그 캐릭터, 이제 보니 나와 참으로 닮아 있다. 놀라운 기분이었다. 무려 '우리'의 고뇌도 같다. "내 가슴속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하는도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의 영역에 오르려하는구나." 오래전에 읽었다지만, 세상에, 결론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궁금하다. 그의 종말이. 클라이막스를 읽고 있었지만, 핑거스미스는 옆으로 미뤄두고 서둘러 파우스트를 마저 읽자.

 

주말의 공연, 아주 기뻤다. 평소에는 잘 분비되지 않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과다분비로 인하여 한참동안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피식피식 웃어댔지만, 그게 아주 볼상사나와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뻤다. 아주아주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말이지. 결국, (어느정도 예상했던 바였지만) 모든 화학물질의 효능이 사라진 다음날 부터 그 반작용으로 온 우울과 40시간정도를 씨름하면서 아등바등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다 사라지고 다시 잔잔해졌다. 뭐 좋아좋아.

기쁜것들을 마주하고 만질때마다, 우와, 나 정말 이런거 해도 되나?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피게 된다. 못난놈. 이렇게 기뻐도 되나?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나? 그 못나게 망설이는 마음이 반작용으로 돌아와서 고뇌와 슬픔을 주기도 한다지만, 뭐 아무래면 어때, 흔들림은 잠시, 결국 흔들림은 멈추고 나는 다시 중심을 잡는다.

 

결론은, 기쁘다. 아주 기쁜 나날들이다. 치열함도 잔잔히 남아 있고, 여전히 나는 그럭저럭한 모습으로 이곳에 있다. 대단히 멋있어지지도 잘나지지도 성공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고, 그냥 여기 그럭저럭 살아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아주 기쁘고 감사하다.

 

 

오랜만에 중구난방, 뽄새 잡지 않은 일기같은 일기다. 피쓰.

'H Said > Mum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906  (0) 2016.09.07
20160819  (0) 2016.08.19
20160629  (1) 2016.06.29
20160119  (0) 2016.01.19
20160103  (4) 2016.01.03
20151228  (2) 2015.12.28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