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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갈증 - 외전


2. 호준 : 카메라



  앙상하게 마른 겨울나무 아래 선 나, 나는 어제 막 8살 생일을 보냈다.

  나는 까맣게 젖은 겨울나무의 어지러운 나뭇결을 손가락으로 꽉꽉 누르고 있다가 뒤의 인기척에 목을 돌린다. 내가 선 쪽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키 작은 남자가 걸어온다. 남자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다가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나를 부른다.

 

  “호준아, 여기 봐봐-”


  나는 입술을 꼭 다물고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를 눈가로 들어 올리는 마른 남자를 올려다본다. 짤깍- 작은 소리가 들리고 사진이 찍힌다. 뷰파인더 너머 내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 끝으로 카메라 표면을 만지작거린다.

  한참 주저 하던 남자가 말한다.

 

  “...이제 가야돼.”
  “...”

 

  나는 대답 없이 남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시 나무쪽으로 몸을 돌린다. 남자는 내 어깨를 살짝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려세운다.

 

  참 이상하다. 늘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얼굴이었는데 인상은 늘 희미하다. 반들거리는 뽀얀 오른쪽 뺨 한중간에 눈에 띄는 작은 점이 찍혀 있었던 것, 그것 하나만 정확히 기억난다.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조막만한 스냅 사진을 꺼내서 내 작은 손바닥을 펼쳐 놓아준다. 나는 손바닥을 코앞으로 끌어 당겨 사진을 살펴본다.


  멍청하게 보이는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한 앳된 여자가, 스핑클 장식이 잔뜩 매달린 분홍색 벨벳 천으로 된 원피스에 머리에 큼직한 리본을 얹고 카메라를 향해서 손가락을 V자 모양으로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남자는 사진을 잡고 있는 내 손을 꽉 쥐었다.

 

  “꼭 기억해주렴...”

 

  남자는 울음이 터질 것 같은지 일그러진 입을 가리더니, 나에게서 목을 돌리고 훌쩍였다. 애써 참는 것 같았지만, 찡그린 눈가로 눈물이 흘러 내린다. 나는 그런 그의 얼굴에 흐르는 눈을 자그만 손으로 쓱쓱 문질러주었다.

  나를 다시 돌아본 남자는 얼른 눈물을 비벼 문질러내고는 억지로 입술에 힘을 주고 크게 웃었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 스트랩을 벗어서 내 목에 걸어준다. 남자의 가슴께까지 내려왔던 카메라는 내 작은 몸에서는 배 한중간쯤 내려온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 내 양 어깨를 꽉 잡았다가 얼른 몸을 돌려 통통거리는 걸음으로 넓은 바짓단을 휘날리며 울타리 밖으로 뛰어가 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던 보육원의 원장이 나의 옆으로 왔다.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늘 만나던 분이라, 보육원에 들어와 지내게 된다고 해도 장소나 낯설까. 어색한 느낌은 없다. 내가 목을 꾸벅여 인사를 하자 그가 내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흠흠- 그가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조심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아빠랑은 인사 잘 했니?”

 

  나는 잠깐, 남자가 뛰어나간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다가 목에 걸린 카메라와, 손안에 남겨진 작은 사진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는 대답했다.

 

  “...아뇨. 엄마에요.”
  “....”

 

  내 말에, 원장은 입을 다물고 주변을 둘러보며 어흠- 하고 몇 번 기침을 하더니 연민을 담은 손길로 어깨를 두드리고, 실내로 들어가 버린다.

 

  혼자 남게 된 나는 보육원 마당 한 쪽에 설치된 그네로 간다. 그네 아래 오목하게 파여져 있는 모래밭을 살펴보던 나는 한쪽에 있던 돌을 집어 들고 얼어붙은 땅의 모래를 파기 시작한다.

 

  추운 바람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열심히 땅을 파냈다. 한 뺨 정도 깊이로 제법 깊은 구멍을 낸 나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남자가 내 손바닥에 남기고간 사진을 찢기 시작했다. 조각조각, 피사체의 형태 일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찢어 가루처럼 만든 나는 바닥에 종이가루를 뿌려놓고 흙을 덮었다. 충분히 흙을 덮은 뒤 발로 열심히 다지고 또 다진다.

 

  그리고 나는 그네에 올라타 땅을 박차서 그네를 띄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등과 얼굴에 맺힌 땀들이 날아가고 어깨가 떨리는 추위만이 내 곁에 남는다.

 

 

 

- 외전2. 호준 : 카메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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