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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갈증 - 외전


1. 해영 : 관심




  “야, 장해영! 너 일루와!”

 


  담임선생님이 1교시 수업에 들어오자마자, 수업을 시작할 생각도 않고 교과서는 책상에 내려놓고 나른한 봄 햇살사이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지른다. 책상까지 한번 탕 내리치고 창가 맨 뒤 자리, 그러니까 내 왼쪽 책상에 엎드려 있던 해영을 호명하자,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괜히 주눅이 든 얼굴로 해영이 쪽을 돌아다본다. 몸을 일으킨 그녀가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왜요?”
  “왜요?!”

  그녀의 짧은 대답이 어처구니없는지 담임은 허리에 손을 얹고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그래봐야, 해영이는 신경도 안쓸걸.' 나는 고개를 젓는다. 학년 초라 서로에게 아직 어색한 아이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책을 뒤적이고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눈치를 보며 속닥거리고 있다.

  “나오라면 나와!”

  해영이는 못 이겨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간다. 키가 멀뚱히 큰 그녀는 작달만한 담임과 비슷비슷한 눈높이로,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씩씩거리는 담임 앞에 섰다.

  “너, 왜 애들 때리고 다녀, 어?”
  “때린 거 아닌데요.”
  “때린 게 아냐? 애가 팔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는데, 때린 게 아냐?!”

  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그녀는 흘러내린 옆머리를 목짓으로 넘기면서 대답한다.

  “‘다리 들어 매치기’ 한 건데요.”
  “...허,”

  태연하게 기술을 말하는 그녀를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그가 악을 바락 쓴다.

  “야! 니가 깡패야?”
  “깡패는 걔들이 깡패죠.”
  “뭐야?!”
  “아무 상관 없이 지나가는 거 시비거는 게 깡패 아니에요? 여럿이 시비걸다가 덤비길래 방어한 거 뿐이에요.”
  “뭐?! 방어? 야. 장해영. 너 그러려고 유도배우냐?! 누가 운동해서 애들 때리래!”
  “때린 거 아니라니까요.”
  “야!!! 이게 진짜. 너 교무실로 따라와! 다들 자습해!”

  따박 따박 대답하는 꼴에 성을 못 이기겠는지 담임 선생님은 악을 바락 쓰고 앞서 나간다.
  잔뜩 흥분한 그의 모습과 달리 태연한 해영은 한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 나간다. 뒤따라간 해영이 문을 닫자마자, 교실은 소란스럽게 산만해 진다. “야, 다들 조용히 해. 옆 반 수업 시작했잖아.” 반장의 말에 키득거리는 애들의 소리가 잦아든다.

  나도 짧게 한숨을 쉬고 노트를 펴든다. 얼결에 빈 시간이 생겼으니, 오후에 있을 영어수업 예습이나 조금 더 할까- 생각하는데, 앞자리에 앉은 문희가 나를 돌아다보며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고1때 같은 반이었던 문희는 한 학년을 올라가고 또 같은 반이 된 친구다.

  “주영아. 너 장해영이랑 친하지?”
  “뭐, 그냥 그런데. 그냥 중3때 한 반이었어.”
 
  그녀는 가는 빗으로 곱슬거리는 옆머리를 연신 빗어 내리며 말한다.

  “쟤 정말 노는 애야? 진짜 깡패 같은 거?”
  “놀긴 뭐 놀아. 그냥 운동부지. 운동부 애들이 좀 들뜨잖아. 중학교 다닐 때도 그런 편이었어. 두루두루 친하고 인기는 좋은데 딱히 가까운 애들 없는.”
  “어디 살아? 버스 몇 번 타고 가?”
  “집이 학교에서 별로 안 멀어. 자전거 타고 등교 하던데?”

  나는 노트를 뒤적거리며 무심히 대답하다가 고개를 들고 문희를 올려보았다.

  “근데 넌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묻냐?”
  “응? 아니~”

  괜히 머리카락 끝을 꼬면서 그녀가 말한다. “뭐 그런 거 있잖아. 무심해 보이는 게 좀 멋진 거 같은 그런거-?” 뾰루지 난 볼을 괜히 붉히는 그녀를, 나는 눈 아래를 찡그려 보면서 혀를 찼다.

  “관둬라. 쟤 진짜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어. 아무리 열심으로 섬겨봐야, 돌아오는 거 아-무 것도 없다. 그딴 데다 신경 쓸 겨를 있으면 교과서나 더 보셔.”
  “히잉- 교과서는 무슨 교과서야~ 내가 공부 잘하는 너랑 같냐?”

  콧소리를 내며 소리를 높이는 문희에게 반장이 고개를 돌려 한번 째려보자, 그녀는 고개를 젖히면서 귀여운 척 하는 표정을 짓고 몸을 돌려 책상위에 웅크렸다. 해영이를 보아온 나는 잘 알지, 난 짧게 한숨을 쉬고 영어 참고서와 독해안내서를 펼친다.

 


  아침부터 담임 선생님이 난리를 떨어 놓은 빌미가 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아이들과의 몸싸움이나 소요도, 언제나 정당하고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독선적인 그녀 에겐 어떤 위협도 끼치지 않았으며, 의례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들에 있을법한 –보이시한 애들을 대상으로 한- 시시한 아이돌 놀이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들떠 돌아다녀도, 해영은 그 선망의 한중간에 있을 때 건 그렇지 않을 때 건, 호들갑떠는 무리들이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타인의 감정이나 의견에 무관심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혹은 시기어린 얼굴로 이리저리 꼬아보는 아이들이 고깝게 굴면서 몸부림 치고 간혹 시비를 걸어와도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런 무심한 고인물같은, 그런 아이였다, 해영이는.

  해영이같은 애는, 아무리 흥미롭다고 해도 그냥 관심을 끊는 게 최고지. 저런 거 신경쓸 틈 없어. 이번 학기 안에 꼭 2등급으로 올려야돼. 나는 고개를 가로 젓고 빼곡한 영어단어들이 적힌 참고서로 고개를 푹 숙였다.

 

 

- 외전1. 해영 : 관심,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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