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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영원한갈증

영원한 갈증 - 11. 작용, 반작용

by 하달리 2015. 12. 13.

 

영원한 갈증

 

11. 작용, 반작용

 

 

 

  호준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정확히는 손목과 무릎, 발목을 결박된 채로 겁에 질려 턱을 덜덜 떨고 있는 해영을 바라보았다. 중간정도의 컬이 들어간 베이비펌 머리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런 대로 나쁘지 않았다. 말려 올라간 컬 때문에 반쯤 드러난 이마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고 있는 해영을, 그는 연민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던 그녀가 달달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사.살려 주세요.”

 

고민 끝에 뱉어낸 말 같은데, 이런 감동적인 해후에 기껏 한다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이라니.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말이 그거야?”

 

그는 눈썹을 기울이고 바닥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시멘트 바닥의 뽀얀 분진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자, 해영은 기겁해서 뒤로 몸을 밀어내며 악을 썼다.

 

“사, 살려주세요! 누, 누구 없어요! 사람 살려!!!”

 

목소리 끝이 갈라질 정도로 안간힘을 다해 악을 썼지만 호준은 동요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공허하고 울리고 있는 이 넓은 창고는, 인가가 아닌 산업공단 지역 근교에 있는 중형 물류 창고였다. 말은 물류 창고라지만, 소유자의 사업수단이 변변치 않았던지 낡고 방치된 채로 몇 년을 유기된, 자질구레하고 처치 곤란한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황연한 곳일 뿐이었다. 게다가 밤이 깊은 공단 근처이니, 낡은 물류창고에서 나는 여자 한명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사람이 있을리도 없다. 그녀가 발악하며 도움을 청하는 비명을 들으며 뽀얀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한 10미터 정도의 높이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던 호준은 멈췄던 다리를 움직여 그녀의 앞으로 갔다.

 

“으으으으-”

 

그를 피해 뒤로 몸을 밀어내는 그녀의 등 뒤를 먼지가 잔뜩 묻어 회색에 가깝게 보이는 파란 방수포로 덮여 있는 상자 더미가 막아섰다. 호준은 해영의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몸을 뒤틀고 있는 그녀의 노끈으로 묶인 자리들이 아파 보여서 호준은 눈썹을 구겼다.

 

“아프겠다.”

“도, 도대체 나한테 왜-왜 이러는...”

“쉬쉬쉬...”

 

호준은 손가락을 세워 입술을 가렸다. 크게 뜬 동그란 눈동자와 신경질적으로 올라간 눈 끝. 매서워 보이는 눈매 전체가 잔뜩 겁에 질린 채로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잘 말린 머리카락 끝에서 피어오르는 파마약 냄새가 거슬렸지만, 볼수록 그녀의 동그란 볼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저씨...”

“‘호준아’. 라고 불러야지. ‘해영아’.”

“아저씨.,으으으으.. 살려주세요... 아저씨 제발..”

“‘호준아’. 라니까.”

 

그가 눈을 부릅뜨자 울상이 된 그녀는 마지못해 말했다.

 

“호..호준아.. 흐흐흐흑..”

 

공포를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호준은 입술을 깨물면서 웃어 버렸다. 평소와 목소리 톤은 다르지만, 지난 시절, 별다른 말 없이 시선을 피하고 있는 호준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해영이 그의 이름을 잦게 부르던 생각나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그녀를 생각보다 오래 오래 살려 둘지도 모르겠다.

그의 유쾌한 기분과 달리,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연신 떨어졌다. -울지마. 네가 울면 나도 울고 싶어져.- 호준이 손을 뻗자, 그녀는 기겁하면서 눈을 꽉 감고 고개를 품 속으로 꺾어 버렸다.

 

“흐이이익!”

“해영아...”

“흐흑-”

“해영아... 울지마...”

“저. 전 해영이가 아니란 말이에요.. 살려주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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