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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영원한갈증

영원한 갈증 - 03. 생일

by 하달리 2015. 12. 13.

 

영원한 갈증

 

03. 생일

 

 

 

  다소 천장이 낮은 열 평 남짓 하는 이 작은 원룸에는 한쪽 벽을 가득 막은 유치한 레이스 커튼과 소박한 책상, 작고 낡은 카펫과 주름하나 없는 깔끔한 하얀 시트가 깔린 싱글 침대, 그 옆에 놓인 작은 엔드 테이블, 또 그 위의 낡은 스탠드 외에는 눈에 띄는 인테리어제품이나 생필품이 없었다. 단지 방에 어울리지 않는 큼지막한 전신 거울이 책상 옆에 떡하니 기대어서 있을 뿐이었다.

 

  그 방의 먼지 한 톨 움직이지 않던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전신 거울이 작은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다닥거리는 소음을 내며 몸을 떨던 거울의 방안 풍경을 반사하고 있던 깔끔하고 넓은 반사 표면이 조명이 꺼지듯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거울의 어두워진 표면의 안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서늘한 소리를 내며 방안에 들어찼다. 이 작은 모래 폭풍은 잠시 낡은 카펫 위를 휘휘 돌다가 희미한 물체의 그림자를 굳혀가더니, 어느새 검은 코트 안에 사람을 끌어안은 긴 머리의 남자의 형태로 변했다.

 

  잠시 후 주위의 공기가 잔잔해지자, 모래 폭풍에서 만들어 진 것처럼 나타난 검은 남자는 품에 안았던 호준을 놓아주었다. 그의 품안에서 꼭 감고 있던 눈을 뜬 호준은 흐트러진 머리를 주섬주섬 만졌다. 남자는 어두운 방안을 뚜벅뚜벅 걸어서 침대 옆의 스탠드의 불을 켰다. 촛불처럼 흐릿하게 켜진 노란빛이 남자의 하얀 얼굴에 확 쏟아졌다.

  그가 놓아준 자리에 멀뚱히 서있던 호준은 그제야 주저하는 걸음으로 넓지 않은 남자의 방을 걸어서 그에게 다가섰다.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 두리번거리던 호준은 침대의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남자도 무거운 그림자 같은 코트를 벗어서 침대 한편에 놓아두고 그대로 호준의 옆에 걸터앉았다. 단순한 디자인의 희고 얇은 긴팔 와이셔츠와 짙은 회색의 면바지를 입고 허벅지 위로 편하게 양 팔을 내려 깍지를 끼고 있는 그는 맨발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닿은 앙상한 맨발은 대리석을 조각해놓은 것처럼 희었다. 발을 내려다보며 호준이 말했다.

 

  “신발 안 신고 있었어?”

  “...아. 잊었군.”

 

  어깨를 으쓱인 호준은 흐트러져 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언제 구했어? 처음 와보는데.”

  “너와 올 일이 없었으니까. 내가 구한건 아냐. 몇 달 전에 만났던 여자가 살던 곳이다.”

  “좋네. 아늑하고.”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호준은 기지개를 크게 핀 다음 남자가 벗어 놓았던 검은 코트를 집어 벽에 달려 있는 옷걸이에 걸어 놓고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여자가 쓰던 방답게 큼직한 꽃무늬 벽지와 레이스가 장식된 커튼이 걸려 있었지만 썰렁하고 단출한 이 방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벽 한쪽 구석의 책상 위에는 여자가 쓸법한 화장품들도 몇 개 남아 있었다. 호준은 창문에 다가서서 커튼을 조금 열었다. 방에 커튼 틈새로 흐릿한 빛이 밀려들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변해가는 시간에 맞추어 햇살은 점점 환해지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물었다.

 

  “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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