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딸기
사랑에 빠진 딸기   나는 딸기농장의 아들입니다. 나는요, 딸기를 어엄-처엉- 좋아하죠! 사실, 아버지가 총각 때, 잘 관리 하시던 배 밭을 처분하시고 딸기로 주 종목을 변경하신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딸기광이었거든요. 통통한 볼에 주근깨가 귀엽던 어머니의, [딸기를 가꾸는 남자가 좋아요.] 라는 말 한마디에 아버지는 당장 딸기농장을 알아보고 다니셨던 겁니다.   어쨌든. 뱃속부터 ..
사랑에 빠진 딸기 Fiction/Pieces-단편 2018.02.27 23:50

Please, Please.
Please, Please.   C는 잠이 아직 덜 몰려나간 얼굴로 세면대 앞에 서서 길게 하품을 했다. 목을 돌려 뚜둑, 하고 소리를 내자 조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기계적으로 양치컵에 썰렁하니 꽂아진 칫솔을 집어 들고 구겨진 치약튜브를 꾹 눌러 짜서 치약을 발라 이에 가져갔다.   입 안 가득. 그리고 비공을 타고 싸한 박하향이 올라온다.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헹궈주는 역겨운, 혹은 상쾌한 치약 맛..
Please, Please. Fiction/Pieces-단편 2018.02.21 00:15

드디어
드디어   소년은 벌써 3일째, 폭이 좁은 갓길의 외진 버스정류장에 해가 질 무렵부터 서 있었다. 서 있는 내내 허공을 향하고 있는 듯 보이는 그의 시선은 4차선 너머 검은 들판을 가로질러 멀찍이 서있는 높은 공장굴뚝의 점멸하는 붉은 전구를 향해 있었다.   똑같이 생긴 세 개의 거대한 굴뚝 꼭대기와 그 몸통 중간에 두 개씩 붙어 서로 번갈아가며 깜빡거리는 붉고 노란 불빛 때문에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보이는 저 구조물에..
드디어 Fiction/Pieces-단편 2018.02.20 22:54

5분
5분   여름비가 내렸다. 아침나절은 잡아먹을 듯 푹푹 찌는 맑은 하늘이더니, 10시도 채 지나기 전부터 순식간에 검어진 하늘이 찡그리다 못해 비를 툭툭 떨궜다. 그래도 나는 온종일 비가 내렸으면 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의례 두통도 따라와.- ‘그’가 하던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가 내렸으면 했다. 어차피 덤벙거리는 그이지만, 오늘은 날까지 맑았으니 당연히 우산을 챙기지 않았을 것이고 오후..
5분 Fiction/Pieces-단편 2018.02.20 22:35

어머니의 방
어머니의 방   그녀는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어머니의 방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달 동안이었더라, 의도한바 는 아니었지만 - 아니 사실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방에는 발자국 하나 들여놓기는커녕, 열쇠라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문고리조차 잡지 않았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어머니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 없는 방을 차지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던 먼지가 방문의 움직임에 맞추어..
어머니의 방 Fiction/Pieces-단편 2018.02.20 22:21

Counting Pulses
Counting Pulses   J는 까마득한 댐의 높은 난간을 끙끙거리고 넘어가서 디딘 좁은 턱에 뒤꿈치만 겨우 걸치고 뒤로 기댄 난간에 양팔을 걸쳐 꽉 잡고 섰다. 이제 가을이 다가오는 서늘한 계절의 바람에 얇은 남방만 입고 선 그의 몸이 불규칙적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아래턱이 덜덜거리는 그의 마른 얼굴. 야윈 뺨은 버석버석하고 눈은 붉게 충혈 되었지만 눈물도 물기도 없는 눈이 불안하게 깜빡거린다. 난간을 쥔 손을 쥐었다 피..
Counting Pulses Fiction/Pieces-단편 2018.02.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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