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3

하달리 | 2016.01.03 15:19

1.

2015년에 뭘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초부터 몸살+감기+부스럼 공격을 받아 앓아 누웠고, 침대에서 휴일의 70%를 보냈다. 언니가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따끈한 이불옆에 늘어져있고 싶어하는 고양이들만 신났다. 지겹도록 만지고 얼르고 쓰다듬고, 나름 사랑이 넘치는 휴일을 보냈다.

 

 

 

2-1.

SS와 대화를 나눌 때면,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선배 앞에 선 후배, 병장앞에선 이등병, 상사 앞에선 말단사원, 백화점오너 앞에선 주차장요원같은, 그런 기분이다. 옳고 그름이나 정당한 상황이나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내가 무조건 잘못한, 모자란, 그런 기분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내 생각이나 시점이 대단히 협소하고 설익었으며 단단히 그릇된 것 같은 상황이 된다. 대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그 느낌은 꽤나 오래 유지 되어서, 장고로 구축했던 들뜬 아이디어들이 허튼 쓰레기나 망상으로 보이고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거리들로 느껴지는 지경에 이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의식이 워낙 연약하고 작은 것이라 타인이 제시하는 의견에 쉽게 회의를 느끼곤 하지만, 그래도 고집스럽게 내가 생각한게 옳아, 라고 혼자나마 되뇌이는 것과 달리, SS와 대화를 마치고 나면 나는 어쩐지, '다 틀렸어.' 라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된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렇다. 괜찮아, 라고 열심히 나를 응원해봐도 다시금, 내가 그렇게나 어리석은가, 정말 잘못된게 아닌가. 싶어서 우울해진다.



2-2.

인생 전반의 일들을 혼자 결정하는 요즈음이 외롭다는 말에, 애루는 그런건 혼자 결정하다는게 옳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사람의 의견이든 비관적인 사람의 의견이든, 자신의 관점으로 의견을 내놓을 거라고. 사람은 객관적이거나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지 않다고.

이 대화를 들으며, 아 그렇구나. 동의를 했다. 결국 누군가와 이든, 대화는 위로와 응원의 게이지를 채워줄뿐, 결정을 하고 길을 가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수 없구나.

 

 

 

3.

점토작업할 인형 뼈대. 어쩐지 슬랜더 맨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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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rm
2016.01.03 15:19
COMMENTS
  1. profile_img
    Favicon of http://amhyang.com _e

    배 배가 귀엽!! (몸통인가!!!)

    EDIT/DELETE COMMENT 2016.01.04 14:58 신고
  2. profile_img
    푸른별

    1: 이제 괜찮으신가요...?
    2-1: 그런 사람이 간혹 있는 것 같아요. 전 이젠 그런 사람은 안 만나려고 하지만...(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저보다 월등히 나은 구석이 있는 게 아닌데도)
    2-2: 저는 늘 묻기는 많이 묻는데, 결정은 제 멋대로 하는 편이라 "어차피 마음대로 할 거면서 왜 물어봐?"라는 말을 듣곤 해요. 확신이 없어서 자꾸 묻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동의를 구하고 싶은데 동의해 주는 사람이 잘 없는 편이라 자꾸 묻는 것 같아요.
    3: 귀여워요. 결과물이 궁금해지네요. :)

    EDIT/DELETE COMMENT 2016.01.11 15: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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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hadaly.net 하달리

      1. 넵! 아직 감기랑 부스럼은 남아있지만 봄날때까진 그러겠거니 하고 견뎌봐야죠. 호홍~
      2-1. 사랑하는 사람이라서(애인은 아님ㅎㅎ) 더 마음이 안좋슴돠.
      2-2. 우리는 대화를 통해 신랄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적으로 점철된 잔소리 보다는, 부드러운 걱정과 위로, 애정어린 응원을 기대하잖아요. 적어도 저는 그래요! 상대방에게 해줄수 있는것도 그것 뿐이고요. :^)
      3. 만드는 중이긴헌데 ㅎㅎ 귀엽지는 않아요. 어쩐지 징그럽..ㅠ ㅜㅜ 이래서 미니어처에 사람을 넣는게 싫슴돠(...)

      EDIT/DELETE 2016.01.12 01: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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