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하달리 | 2015.12.30 01:52

1.

절벽에 선 사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두가 그 사람을 원한다해도 그는 살 이유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공허, 가슴안으로 사라진 모든 감각, 그 구멍은 무엇으로도 차지 않는다,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는 이해할수 없어요"

그를 기억하며 모두 말한다,

"이해할수 없어. 그는 모든 걸 가진 사람이었어요. 왜 포기한걸까요?"

그 몰이해가 그를 절벽에 서게 한것도 모른채, 그들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혀를 찰 것이다.

 

 

 

2.

어린 시절 누군가를 잃은 한 남자.

'그 상실을 아무렇지 않게 기억하고 그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잊어 버릴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난 그런 강한 사람이 아냐.'

그렇기에 그는 더욱 누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절실을 인정할 용기가 없다,

 

 

 

3.

한 여자, 길을 잃었다.

원하는 것을 가져본적이 없어서 원하는 감각도, 그것을 갖는 기쁨도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다.

온통 잿빛. 온통 흙맛, 온통 적막. 이 지루한 삶을 견딜수가 없어요.

누군가 나를 구해줘요. 책속의 왕자님이든 차원의 벽이든 마술이든,

사실이든 거짓이든 좋으니 뭐든 좋으니까, 나를 구해주세요.

 

 

 

4.

남자는 늘 웃는다,

슬퍼도 아파토 곤란해도 미안해도, 그는 늘 웃는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무것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는 허허 웃는다,.

그렇게 꽁꽁 숨겨 두어서 자신의 본심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잊어버렸다.

마음을 숨겨둔 장소를, 모든 진실의 형상을 잃어버렸다.

 

 

 

5.

싸우는 남녀.

"자기는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못 알아들어?"

"알아"

"아예 내 목소리가 안들리지?"

"들려"

"근데 왜 몰라?"

"몰라. 모르겠어 그냥. 널 모르겠어"

"자기가 날 모르는 이유가 뭔지 알아? 알고 싶어하지 않아서야. 대답해봐. 알고 싶어?"

"......"

"그것봐."

그러나 그녀는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서로의 몰이해로 남자는 여자를 괴롭히기 위해, 여자는 남자에게 상처받기 위해 서로 붙어 있다.

'Memen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already did.  (0) 2016.08.04
20160103 - 만두 지주님과 고양이 양민들의 삶  (2) 2016.01.03
노트  (2) 2015.12.30
So sublime, the chase to end all time  (0) 2015.12.17
La commedia e finita!  (0) 2015.12.17
Johann Sebastian Bach "Little" Fugue in G minor, BWV 578  (0) 2015.12.17
Memento
2015.12.30 01:52
COMMENTS
  1. profile_img
    푸른별

    되게, 공감되는 멋진 글이에요. 특히 1~3번이 와 닿네요.

    EDIT/DELETE COMMENT 2016.01.01 16:35 신고
    • profile_img
      Favicon of http://hadaly.net 하달리

      인물 설정이나 잊어버리기 싫은 떠오르는 글 조각 같은걸 가끔 노트해요~

      EDIT/DELETE 2016.01.01 22:08 신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