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갈증 - 14.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하달리 | 2015.12.13 18:29


영원한 갈증


14.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호준의 스튜디오, 호준이 사라진 뒤로 버려지듯 잊힌 이곳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스튜디오의 각종 집기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가 이곳을 떠난 그때부터 시간이 멈춘 것처럼 먼지조차 미동 않던 스튜디오의 한쪽 벽에 세워져 있는 긴 전신거울이, 갑자기 다닥거리는 경망스러운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용케 벽에 기대어 있던 거울은, 어두워진 표면으로부터 먼지 쌓인 바닥으로 시커먼 모래를 잔뜩 토해내자마자, 결국 요란스러운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와장창-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바닥을 향해 엎어진 거울의 번뜩거리는 파편들과 뒤섞여 있던 모래더미는 스튜디오의 바닥 위를 스멀스멀 기어가더니 희뿌연 먼지가 가득한 빈 테이블 근처쯤에서 길쭉하고 둥그스름한 덩어리를 만들었다. 점점 굳어지는 검은 모래덩어리는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의 형태를 완성하고 나서야 안개가 흩어지듯 천천히 사라졌다.

  “크윽....”

  꼼짝 않고 누워 있던 두 사람 중에 먼저 소리를 낸 쪽은 호준이었다. 그의 신음소리를 듣고 눈을 뜬 에일델드리브는 재빨리 일어나서 그의 몸을 들쳐 안고 스튜디오 안쪽에 놓인 황갈색가죽의 소파베드에 눕혔다.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지만 그의 풀썩임에 먼지가 흩날려 그는 손으로 먼지를 밀어내며 옷 아래 호준의 상처를 들춰봤다. 더 이상 흘러나올 핏기가 없는 듯, 끈적거리는 피가 엉겨 붙어 가는 얼음처럼 서늘한 상처들은 그가 신음하는 중에도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가고 있었다.

  해진 가슴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는 호준은 옷도 몸도 해영의 피로 엉망이었다. 옆에 걸터앉아 미간에 잔뜩 두름을 잡고 호준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에일델드리브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 옷걸이에 걸쳐있는 수건을 발견하고 일어섰다. 수건을 집어 먼지를 털어낸 그는 뽀얀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손부채질로 저으며 암실로 들어가 개수대 수도꼭지를 틀었다. 차가웠지만 다행히 물은 아직 나오고 있었다. 에일델드리브는 수건을 충분히 빨아서 여전한 모습을 자리에 누워 있는 호준에게 돌아왔다.

  에일델드리브는 검붉은 피로 엉망이 된 그의 코트와 셔츠를 벗겨내고 젖은 수건으로 호준의 상처의 엉긴 피를 천천히 닦았다. 어설프고 조심스러운 손길은 그의 상처를 닦아주던 해영의 손길과 비슷했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엉겨있는 피를 닦아주는 동안 차가운 수건이 창백한 살결에 닿을 때마다 호준은 신음하며 몸을 틀었다. 젖은 수건은 금세 검붉은 색으로 얼룩졌다.
  몇 번을 다시 빨아온 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는 것을 어느 정도 마친 그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그의 몸을 덮어주었다. 핏자국이 가신 어깨의 상처를 살살 더듬어보니 부서진 뼈들이 손끝에 만져졌다. 하얀 가슴 한가운데 남아 있는 상처도 아직 깊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군.”

  짧게 한숨을 쉰 에일델드리브는 소파 위로 늘어져 있는 그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꼼꼼히 닦아냈지만 아직도 호준의 손톱 끝에는 해영의 피가 잔뜩 물들어 있었다. 그는 잠시 테이블위에 놓아두었던 지저분해진 수건 집어 들었다. 이것을 한 번 더 빨아서 쓰거나 다른 수건을 찾아봐야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가느다란 호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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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영원한갈증
2015.12.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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